오전 9시에는 오늘의 첫 번째 학교인 버몬트 아카데미(Vermont Academy)의 인터뷰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뒤 차를 몰고 학교로 향한다. 버몬트 아카데미를 개인적으로 맨 처음 방문한 시기는 아마도 지금부터 약 12-3년 전인 것 같다. 비록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학교를 찾기가 그다지 어렵진 않았지만 당시 기억으로는 인구도 얼마 되지 않은 아주 후미진 소도시인 이름도 이상한 색스톤스 리버(Saxtons River)라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이 학교를 보고 나오면서 ‘속으로 정말 외진 곳에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올 기회가 없다가 작년 가을 동생과 함께 학교 투어를 할 때 다시 한 번 들렸으니 이번이 3번째 방문이다.
 학교를 둘러본 느낌은 깔끔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것이었으며 다만 건물 내부 시설들은 약간의 리모델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학교에 도착을 한 우리는 잠시 차를 주차장에 주차시킨 뒤 인터뷰 시간이 될 때까지 차안에서 기다린 뒤 시간에 맞추어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우리가 왔음을 알리자 바로 나이가 드시고 자그마한 체구의 이 학교의 임시 입학 책임자인 엘린 볼디니(Ellyn Baldini)가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우리를 소파로 안내한 뒤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하는 동안 투어를 담당할 한국 학생이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먼저 학생의 안내로 학교를 둘러보았는데 먼저 교실, 식당, 과학관, 채플, 체육관 등을 보고 마지막으로 새로 지은 예술관 및 강당이 있는 건물까지 차례로 보았다. 11학년에 재학 중인 투어를 맡은 이 한국 학생은 나름대로 자기가 미국 생활에 선배라며 유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의견을 피력하는데 아주 웃기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그의 유학에 관한 지론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아무리 유학을 와도 우리는 한국인이다. 그래서 한국 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다. 미국 학생들하고만 잘 지낸다고 영어가 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유학은 절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다. 한국에서 느꼈던 막연한 기대감은 버리는 것이 낫다. 그리고 웃긴 것은 게임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웃으며 ‘왜?’ 했더니 ‘그래야 애들하고 잘 지낼 수 있거든요. 이것은 우리 세대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한다. 유학원에 근무하는 사람들보다 유학 상담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그 학생의 말에 나는 또 한바탕 웃었다.
투어를 다 마치고 우리는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에 나는 그 학생에게 ‘이제 어디로 가니? 게임하러 가니?’ 하고 웃으며 물었더니 ‘게임은 좀 있다가 할 거예요’ 한다. 여하튼 재미있는 학생이다. 잠시 후 학생은 인터뷰를 위해 입학 부책임자인 자말 라이드(Jamal Reid)와 그의 방으로 갔고 나는 입학책임자와 그녀의 방으로 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그녀가 자신의 명함을 주기에 나 역시 나의 명함을 주니 받아보고는 ‘아, 한국!’ 한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나의 이름은 잘 몰라도 우리 유학원 이름 -한국 유학 -은 아는 경우가 많다. 그녀 역시 우리 유학원 이름을 많이 들어봤다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다시 인사를 했다. 이어 그녀와 나는 학교에 관한 이야기, 현재 지원하고 있는 우리 유학원 학생들의 입학 진행절차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 재미있었던 일은 이 입학 담당자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탭댄스를 가르친다고 하기에 나는 혹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를 아냐고 하니 당연히 안다고 한다. 이에 그러면 진져 로져스(Ginger Rogers)도 아냐고 하니 다소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아주 유명한 탭댄서이자 영화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면 '비는 사랑을 타고' 라는 유명한 영화에 나오는 노래인 ‘싱잉 인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의 배우도 아냐고 하니 ‘진 켈리(Gene Kelly)’ 라고 하면서 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배우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떻게 그들의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하긴 까만 머리의 한 동양인이 갑자기 입학 사무실에 나타나서 아주 오래 된 미국 영화배우들의 이름을 술술 대니 그녀는 아마도 내가 신기하기도 하리라.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물론 최근에 나온 신작들이야 거의 안보지만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여 매주 토요일이나 주말에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하고 TV에서 하는 주말의 명화는 거의 빠지지 않고 보곤 했다. 영화배우 이름 외우는 것을 영어 단어 외우듯 하여 지금도 옛날 배우들의 이름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영화를 좋아하니 덩달아 영화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대다수 영화 음악은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음악 몇 개를 적는다면 몬도가네 주제곡, 디어헌터 주제곡, 닥터 지바고 주제곡, 하오의 연정 주제곡,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제곡, 하얀 연인들 주제곡, 라임라이트 주제곡, 해바라기 주제곡 등등이 있다. 혹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영화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을 주실 경우 나름대로 엄선한 CD를 구워 하나씩 선물로 드릴 용의도 있다.
피� 누나들의 영향으로 인해 초등학생 때부터 귀동냥으로 듣기 시작한 팝송으로 인해 웬만한 팝송은 모르는 게 없을 정도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나는 그녀와 이야기 하는 것이 재미있어 좀 더 나의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 아주 오래된 미국 가수 이름을 몇 명 언급했다. 혹 에드 에임스(Ed Ames) 아냐고 했더니 눈을 반짝이며 안다고 한다. 이에 그러면 아니타 브라이언트(Anita Bryant)도 아냐고 하니 역시 안다고 하면서 나에게 너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아냐고 물어본다. 너무나 쉬운 질문에 나는 ‘마이 웨이’(My Way)로 화답했다. 한참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나에게 탭댄스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해서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녀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응접실로 나오니 학생이 마침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고 이에 나는 다시 그의 방으로 가서 잠시 환담을 하였는데 그는 학생이 아주 우수한 것 같다며 이 학생이 자기 학교 외에 어느 학교를 추가로 지원했는지를 묻고 왜 다시 9학년으로 응시하려 하는가도 물어봤으며 이에 나는 학생이 지원한 학교 이름 및 다시 9학년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그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방에서 나온 뒤 다시 입학 책임자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 뒤 입학 사무실을 나왔다. 이제 오후에는 세인트 존스버리 아카데미(St. Johnsbury Academy)의 인터뷰이다. 우리는 차를 달려 버몬트 위로 쭉 뻗어있는 한적한 91번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올라갔다. 도중에 잠시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다시 학교로 향해 달려 오후 1시 약속에 거의 정확하게 도착을 했다.
차를 세우고 입학 사무실로 들어가 우리가 왔음을 알리니 이 학교의 입학 부책임자인 엘라이나 헤가티(Elaina Hegarty)가 나와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입학 책임자에게도 우리가 왔음을 알리겠다고 하며 잠시 2층으로 올라가더니 이 학교의 새로운 입학 책임자인 메리 앤 게스너(Mary Ann Gessner)와 같이 내려오는데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입학 책임자로 근무했던 커밍스(J. Cummings)였다. 그는 나를 보더니 내 이름보다 ‘오, 한국’ 하고 우리 유학원 이름을 댔다. 나는 웃으며 그와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어 학생과 나는 입학 부책임자인 엘라이나의 안내로 학교 투어를 시작하였다. 약하게 뿌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우선 각종 교실을 보며 학생들이 수업하는 장면을 봤으며 이어 도서관, 식당, 미술실, 체육관 등 주요 시설들을 보고 이어 기숙사를 마지막으로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 투어를 해주는 다른 학교와 달리 이렇게 담당자가 해 주는 것은 이번 학교 방문 중 처음인 것 같다. 학생과 그 입학 담당자는 인터뷰를 위해 2층에 있는 그녀의 방으로 올라갔고 이에 나는 응접실에 앉아 학교 책자를 보며 잠시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학생이 인터뷰를 마치고 아래로 내려왔고 이에 학생과 나 그리고 담당자 이렇게 셋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이 인터뷰를 아주 잘했다며 2월 말에 입학에 관한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학생의 제반서류가 다 도착했고 특별히 학교에 요청할 사항도 없기에 우리는 혹 추가로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와 작별 인사를 한 뒤 학교를 떠났다. 알다시피 이 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약 1,000여명에 이른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부모들이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의아함이 있을 것 같다.
‘아니 이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도시가 그다지 크지도 않은데 그러면 이 근처에 사는 모든 학생들은 공립학교는 한 명도 안다니고 다 이 사립에 다니나?’ 하는 반문을 할 것 같다. 이 도시에는 딱히 공립학교가 없고, 이에 이 도시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학교 측에서는 시당국으로부터 학교 재정을 보조 받는다. 즉, 미국 학생들에게는 이 학교가 공립 분위기이며 외국 학생들에게는 전형적인 미국 기숙학교가 되는 셈인 것 이다. 여하튼 오늘의 인터뷰는 이걸로 끝이다. 몰론 이 글에서 이런 내용을 쓰면 안되는데 솔직히 오늘 두 학교는 나름대로 학생의 실력에 비추어 봤을 때 다소 쉬운(?) 학교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스개 소리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이렇게 학교를 얕잡아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전에 어떤 학부형이 웃으라고 이야기 하는데 실력이 좋은 학생이 세이프티(Safety)로 다소 쉬운 학교를 몇 개 지원했었는데 당연히 그 학교에서는 이러한 학생을 뽑아줘도 등록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 하에 입학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풀이하면 경쟁력 있는 학교들보다 더 입학이 어렵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학교도 자존심이 있지, 아무나 입학시켜주나?’ 여하튼 우리는 내일 있을 인터뷰를 위해 코네티컷으로 차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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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입학 인터뷰 (2008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