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우리는 요번 일정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두 학교를 공략(?) 하기 위해 비장한 장도(壯途)의 길에 올랐다. 여담이지만 내가 이 장도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작년 추석 무렵 미국에 있는 학교들을 방문하기 위해 동생과 미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들을 9월 학기로 보낸 한 수속자 아버님이 계셨고 이에 당신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도 내가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가서 잘 지내고 있는지 좀 챙겨보라고 하면서 아주 작은 정성(?)을 봉투에 담아가지고 오신 적이 있었다. 그 아버님이 내민 봉투에 자필로 ‘壯途’ 라는 단어를 써가지고 오셨는데 그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여하튼 우리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라는 굳은 각오(?)를 하고 차를 몰고 8시 45분 인터뷰를 위해 웨스트민스터를 향해 달렸다. 이번 주는 날씨가 아주 좋은 것 같다. 저번 주에는 이곳 동부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말도 못할 정도였다는데 지금은 차안이 너무 더워서 오후에는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니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학교에 도착해서 우선 잠시 차로 학교를 둘러보고 이어 우리는 입학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팀이 인터뷰를 위해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바로 이때 자그마한 체구의 입학 담당자가 바로 우리에게 오더니 악수를 청한 뒤 곧 투어 가이드가 오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이 학교는 재미있는 것이 꼭 학생의 인터뷰를 담당할 사람이 제일 먼저 우리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이어 학교 투어를 마치고 오면 학생과 부모의 면담 시간을
갖는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먼저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는 이 방법이 다소나마 생경한 환경에 접하는 학생이나 부모로서는 긴장된 분위기를 다소 완화시키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잠시 뒤 투어를 담당할 키는 그다지 크진 않지만 깔끔하게 생긴 미국 학생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리는 그의 안내로 학교 투어를 시작하였다.
우리는 우선 채플을 필두로 해서 아카데믹 빌딩, 행정관, 도서관, 식당 등을 차례로 둘러보고 이어 극장, 음악실, 미술실들을 보고 이 학교의 자랑인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 학교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이지만 헬스 센터, 피트니스 센터, 실내 수영장이 들어서 있는 이 학교의 체육관은 아주 인상적이다. ‘학교 어떠니?’ 하고 나는 투어 도중 학생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 ‘예, 좋아요’ 한다. 하긴 이 학교를 둘러보면서 이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은 없으리라. 학교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입학사무실로 돌아왔고 잠시 뒤 맨 처음 우리에게 인사를 했던 입학 담당자가 오더니 학생을 데리고 인터뷰를 위해 3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응접실에 비치되어 있는 커피를 타서 마시며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30여분이 지나서 학생과 담당자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속으로 ‘인터뷰 잘 했나?’ 하고 생각을 하며 학생 얼굴을 보니 표정이 밝았다. 아마도 나름대로 인터뷰는 잘한 것 같다. 아빠와 나 그리고 담당자는 다시 3층에 있는 그녀의 방으로 가서 환담을 하는데 그녀는 우선 자기 명함을 우리에게 주었다. 명함을 보니 이름 옆에 ‘’88’ 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웃으며 ‘이 학교 졸업생이네요?’ 하고 물으니 그녀 역시 밝은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우리는 그야말로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체구의 이 입학 담당자는 아주 시원스레 대답도 잘 해 주었고 자기 노트북으로 학생의 지원 원서 서류도 검토하며 모든 서류가 다 도착했다며 3월 10일 입학 결과가 각 응시생에게 통보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의 직업상 당연히 입학에 관한 궁금증이 관건이기에 나는 그녀에게 혹 입학에 관한 어떤 정보가 있는지 물어봤고 그녀는 작년의 경우 총 120명 정원을 위해 미국 학생 외국 학생 가릴 것 없이 총 980명이 입학 원서를 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 결국 860명은 이 학교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다소 심난했지만 아주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이어 그녀와 작별을 한 뒤 학교를 떠났다. 드디어 오늘 일정의 반은 소화를 시켰다. 시차도 이제 많이 적응되었거니와 인터뷰도 생각만큼 잘했는지 어제와 달리 학생이 밝은 표정으로 말을 많이 한다. 이제 오후 1시 20분은 디어필드의 인터뷰이다. 우리가 지원한 학교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학교이거니와 아울러 학생이나 아빠도 가장 선호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우리는 차를 달려 그린필드에 있는 ‘만나 식당’으로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인근에 있는 주유소 화장실에서 상쾌하게 양치질도 한 뒤 디어필드 아카데미로 차를 몰았다. 차를 주차시키고 우선 본관에 위치하고 있는 입학 사무실로 가서 우리가 왔음을 알리고 이어 우리는 본관 왼편에 있는 커다란 응접실로 가서 입학 사무실에서 건네준 학생 신상 정보를 기입했다. 이미 응접실에는 인터뷰를 위해 여러 팀이 앉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오전에 방문한 웨스트민스터나 이 디어필드나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재학생들의 신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고, 더욱이 아빠가 흥미롭게 지적한 바와 같이 인터뷰를 하러 오는 학생들 역시 신장들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참으로 신은 공평한가 봐요. 아무래도 공부 잘하는 애들은 운동보다는 책상에만 앉아있다시피 하니 신장이 다소 왜소한 반면 공부가 좀 그런 애들은 상대적으로 키도 크고 말이죠. 그죠?’ 아빠와 나는 웃으며 흥미롭게 응접실에 있는 학생들을 면면히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드러지는 점 두 가지는 인터뷰를 하러 온 학생들이 전부 다 똑똑하고 야무져 보인다는 점과 엄마보다는 아빠 내지는 아빠, 엄마와 같이 온 학생이 대다수였다는 점이다. 잠시 후 이 학교에 재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하나씩 응접실로 들어오면서 투어를 할 학생들을 호명한 뒤 밖으로 나갔다.
우리의 투어를 담당할 학생도 들어왔는데 할아버지가 한국분이라는 키는 그다지 크진 않지만 성격이 시원시원한 남학생이었다. 그의 안내로 우리는 우선 본관, 각종 교실, 이번에 새로 지은 학습관을 둘러본 뒤 식당, 체육관 및 기숙사 등을 차례로 둘러보고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다. 인터뷰 해준 학생과 인사를 하고 소파에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입학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의 인터뷰를 담당할 여자 분이 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학생은 그녀를 따라 인터뷰를 하러 갔고 우리는 학교 안내 책자를 보며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 25분 정도 지났을까? 인터뷰를 마친 학생이 와서 아빠를 불렀고 이에 우리는 그녀의 방으로 다 같이 들어갔다.
그녀는 우선 학생이 인터뷰를 잘했다며 칭찬을 한 뒤 학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였다. 이에 학생 아빠는 외국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 짧은 방학 기간 동안의 학생 관리 등에 관해 질문을 하였고 이에 그녀는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편안하게 대해주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입학 심사를 잘 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작별을 한 뒤 학교를 떠났다. 드디어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이다. 나름대로 부담감 있는 두 학교였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차를 몰고 내일 있을 거버너스 아카데미(Governor‘s Academy)에서 멀지 않은 호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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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입학 인터뷰 (2008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