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Johnsbury Academy
아침 9시는 버몬트(Vermont) 주에 위치한 세인트 존스버리(St. Johnsbury Academy)의 인터뷰이다. 그 학교는 현재 우리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 한 시간이 훨씬 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존스버리 학교 인근에 딱히 투숙할 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현재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2박을 했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내가 이곳에서 2일을 체류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아름다운 경치 때문이었다. 우리가 있는 이곳 뉴햄프셔(New Hampshire)는 뭐랄까, 한국의 설악산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그래서 93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쭉 달리면 그 유명한 하얀 산 즉, 화이트 마운튼즈(White Mountains)를 통과하게 되기에 나는 사전에 그 경치를 구경시켜 주기 위해 일부러 우리가 묵었던 이 호텔에서 2일을 예약했던 것이었다. 아무리 인터뷰를 위해 미국에 왔다지만 그래도 구경할 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더욱이 이곳은 여행사를 끼고 미국 여행을 온다 해도 거의 여행상품에 들어있지도 않기에 이렇게 개인적으로 왔을 때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나마 구경을 하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짐을 싣고 한적한 93번 고속도로를 향해 열심히 북으로 달렸다. 인터뷰 당일부터 연속 사진을 찍고 있는 아빠 역시 오늘도 열심히 앞자리에서 셔터를 누른다. 흰 눈으로 덮인 운치있는 화이트 마운튼즈 국립공원을 끼고 차를 달려 우리는 목적지인 학교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한 뒤 입학 사무실로 들어갔다. 학생의 이름을 이야기하니 행정 직원이 응접실로 우리를 안내했고 이어 잠시 뒤 외국인 학생의 입학을 담당하는 니콜(Nicole Biggie)이 와서 인사를 한다. 두 아들 역시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그녀는 이전에도 나와 만났을 뿐더러 우리와는 이메일도 자주 주고받기에 전혀 낯설음이 없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곧 이 학교의 책임자인 커밍스(John Cummings)가 우리가 왔다고 인사하러 온다고 하기에 잠시 더 기다리니 그가 우리에게 와서 반갑게 맞이하였다. 잠시 앉아 환담을 한 뒤 우리는 학교 투어를 시작했는데 우선 학생은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한국 여학생의 안내로 투어를 시작하였고 부모와 나는 니콜의 안내로 별도로 투어를 하였다. 밖으로 나간 우리는 학교 행정실, 강당, 교실들을 보고 과학관, 수학관, 도서관, 식당, 체육관 및 기숙사까지 다 둘러본 뒤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실 이 학교의 시설은 크게 두드러지다고 이야기 할 수 는 없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프로그램이 상당히 다양하고, 대학 진학의 경우 의외로 좋은 대학들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이 꽤 있는 편이다.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바로 학생도 투어를 마치고 들어왔는데 재미있던 점은 어제 브루스터 학교에서 만난 일본인 학생도 이 학교에 인터뷰를 하러 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니콜의 안내로 2층에 있는 커밍스의 방으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잠시 기다렸는데 약 20여분이 지나 커밍스가 방으로 들어왔고 이에 우리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학생은 니콜과 함께 인터뷰를 하러 갔다. 커밍스라는 입학 담당자는 이 학교에 상당히 오래전부터 근무를 해 왔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즈음에는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한 번 말문을 열기 시작하면 최소 2-30분간은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그래서 대화를 하는 상대방이 다소 지겨워할 만도 할 듯싶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학생이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고 이어 우리는 그의 방에서 일어났다. 이로서 한 학교의 인터뷰는 마친 셈이다.
Kimball Union Academy
이제 오후는 뉴햄프셔 주에 위치한 킴벌 유니언 아카데미(Kimball Union Academy)의 인터뷰이다. 입학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고 93번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오후에 있을 인터뷰를 위해 열심히 차를 달리는 와중에 나름 이상함을 느꼈다. 킴벌 유니언 학교를 가려면 화이트 리버 정션(White River Junction)이라는 도시로 가야하고 이 도시는 93번과 89번 고속도로가 갈라지는 분기점이기에 그 도시명이 고속도로 이정표에 나와야 하는데 운전을 하면서도 영체 그 도시 이름이 눈에 안 띄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참 이상한 것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분명 내가 93번 도로를 택해서 남쪽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차를 주차한 뒤 다시 한 번 도로를 확인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여하튼 다소 꺼림직한 상태에서 차를 몰고 한 40여분을 열심히 달리는데 아니 웬걸 갑자기 캐나다 국경(Canada Boarder)이라는 팻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게 웬일!!!!! 나는 너무나 황당하여 ‘아니 길을 잘 못 들었나보네요’ 하니 아빠, 엄마 역시 당황하는 눈치이다. 캐나다 국경을 통과하기 바로 직전 마지막 출구(Exit)에서 차를 돌려 다시 우리가 왔던 길로 열심히 달려 내려갔다. 정말 황당하였다. 아마도 우리가 차를 타고 오면서 차안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고 왔기에 아마도 93번 고속도로 입구에서 남쪽으로 가야 하는 길을 순간 자세히 안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은 나의 잘못인 것 같았다. 너무나 어이없는 실수를 한 나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고 이에 나름 열심히 차를 몰고 계속 남으로 달리는데 어느덧 인터뷰 시간이 가까워진다. 하는 수 없이 차를 길가에 주차한 뒤 킴벌 유니언 학교 전화번호도 미처 안 적어왔기에 오전에 방문한 세인트 존스버리 학교에 전화해서 킴벌 전화번호를 물어본 뒤 간신히 학교에 전화해서 늦겠다는 통보를 한 뒤 다시 열심히 달리는데 내심 염려스러운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다소 속도를 높였다 싶었더니 어느새 경찰차가 내 뒤에 따라오고 있었고 이에 속도를 줄이며 백밀러를 보니 경광등을 켜며 차를 세우라는 표시를 한다. ‘미치겠네!’ 중얼거리며 차를 길가에 주차한 뒤 잠시 있으니 경찰이 차에서 내려 우리에게 왔고 이에 그는 차 내부를 본 뒤 과속 했다며 운전면허증을 보자고 한다. 이에 나는 이 차는 렌트카이고 국제 운전 면허증은 차 뒤 짐칸에 있다며 보기를 원하냐고 하니 그렀다고 한다. 이에 차에서 내려 뒤 트렁크를 연 뒤 운전면허증을 커내며 사실 지금 뉴햄프셔에 있는 킴벌 유니언 학교 인터뷰를 하러 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약속된 시간이 늦어 차를 좀 과속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일단 차안에 앉아 있으라고 하며 나의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간 뒤 신원 조회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우리 차로 오더니 돌려주며 과속하지 마라며 가라고 한다. 아마도 부모가 함께 학생이 차안에 앉아 있고 또한 인터뷰 시간도 촉박하다는 말에 나름 편리를 봐준 것 같았다.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다시 차를 몰고 열심히 달리는데 이번에는 차 기름이 얼마 없다는 경고가 계기판에 나온다. 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기름까지 없고 오늘은 아주 최악의 날인 것 같다. 출구를 빠져나가 주유소에 기름을 채운 뒤 다시 달려 학교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3시가 넘어있었다.
부랴부랴 입학 사무실로 들어가니 행정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곧이어 이 학교의 입학 책임자인 리어슨(Richard Ryerson)과 부책임자인 도허티(Michael Doherty)가 나와서 인사를 한다. 나는 우선 늦게 온 점에 대해 사과를 한 뒤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더니 그들도 웃는다. 우리는 도허티의 안내로 학교 투어를 시작하였는데 우선 밖으로 나가 전반적인 학교 설명을 들은 뒤 이어 도서관, 교실, 과학관에 이어 미술실, 갤러리, 강당, 음악실을 본 뒤 체육관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많은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식당, 학생 라운지, 기숙사, 체력 단련실, 새로 지은 교실 및 소강당을 차례로 본 뒤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지만 이 도허티라는 사람은 참으로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나이도 나름 있는 편인데 아주 자상하고 친절했다. 학생은 입학 책임자인 리어슨과 인터뷰를 하러 갔고 이에 우리는 응접실에 앉아 도허티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내가 정성스레 구운 영화음악 CD를 그에게 선물했고 이에 그는 고마워했다. 잠시 그와 영화 이야기를 했는데 그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내가 아주 옛날 중학교 땐 가, 고등학교 때 TV에서 본 기억이 난 것 같았다. 참으로 오래 된 영화이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학생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고 이에 나는 역시 구어 온 CD를 리어슨에게 선물했다. 비록 늦은 시간에 왔지만 그래도 두 담당자들이 다같이 우리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어서 오히려 제 시간에 온 것보다 더 좋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과 작별을 한 뒤 학교를 떠났다. 점심까지 굶었기에 우리는 열심히 차를 몰아 그린필드(Greenfield)에 있는 한국 식당인 만나의 집으로 가 갈비, 잡채밥 등으로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시 내일 있을 인터뷰를 위해 뉴욕으로 차를 몰고 내려갔다. 오늘은 참으로 긴 하루라는 생각이 든다. 이로서 이번 미국 출장에서 나름 가장 힘들었고 황당했던 순간이었으리라고 예상되어질 만 한 하루가 지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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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입학 인터뷰 (2011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