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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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9일 융프라우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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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어제 저녁엔 좀 그치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다시 내인다. ‘하필이면 그 좋은날 다 놔두고 비가 올게 뭐람’ 하고 하늘을 원망한다. 오늘 일정은 아침을 먹고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를 올라갈 계획인데 이렇게 비가 오면 웅장한 산을 구경 못하니 산에 오르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차를 몰로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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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Jungfrau). ‘처녀’ 즉, ’젊은 여인’이라는 뜻을 가진 이 산은 해발고도가 4,158미터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스위스 관광의 대명사라고도 할 이곳은 해마다 엄청난 관광객들이 이 웅장한 산의 위용을 구경하러 온다. 우선 이 산을 오르기 위한 시발점은 대부분 인터라켄 동역인 오스트(Ost)에서이다. 이곳에서 표를 구입한 뒤 완만하게 오르는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을 내다보며 주변을 감상한 뒤 이어 해발 1,034미터인 그린델발트(Grindelwald)까지 가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해발 2,061미터인 클라이네 사이텍(Kleine Scheidegg)에 도착한 뒤 다시 톱니바퀴가 달린 기차를 갈아타고 아이거산의 산허리를 뚫은 7.2Km의 터널을 통과해 해발 3,454미터인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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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상(Top of Europe)이라 명명되어지는 이 정상에 오르면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 우체국, 카페, 기념품 가게, 얼음 궁전을 비롯해 호텔, 기상관측소, 고산연구소 등이 있다. 참고할만한 사항은 이 융프라우를 오르는 노선은 2가지가 있으니 오를 때와 내려올 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여행을 하면 더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역에 도착을 해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역으로 가서 표를 끊을까 말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의외로 많은 관광객들이 역 대합실에 몰려있는 모습을 보고 주저없이 표를 구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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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리 할인이 가능한 쿠폰을 구입했는데 정상왕복 기차 요금이 172.60 스위스 프랑이었는데 할인을 해서 125 프랑(대략 한화 100,000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기차표 하단에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교환권이 붙어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의지의 한국인이다. 일전에 또 다른 명소인 필라투스(Pilatus)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곳 정상에 ‘필라투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한글로 새겨진 팻말이 다른 나라의 언어들과 함께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주 기분이 묘했었다. 아시다시피 전세계에서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는데 당당하게 이곳 스위스에서 그것도 유명한 명소에 우리 한글이 선명하게 부각된다는 것이 아주 대단했다. 이번의 경우에도 그 어떤 이가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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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SCO)에서 지정한 세계 자연 유산의 하나인 이 융프라우요흐에서 컵라면을 먹을 줄이야 그 상상이나 했으랴. 일본인들도 여행을 많이 하는 줄 아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기막힌 발상이 없는걸 보면 아직 우리 한국인들을 쫒아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나름대로의 자긍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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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주변에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한국 팀 그리고 신혼여행으로 온 많은 한국인 젊은이들과 함께 전체적인 여행 분위기를 ‘오, 필승 코리아!’ 가 주도하면서 기차를 타고 슬슬 정상으로 향했다. 다들 창밖으로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들이 없었다. 비가 오면서 날씨가 구질구질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조금 위로 올라가니 드디어 눈이 내린다. 인도 및 태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평상시 눈을 좀처럼 보기 힘들어서일까, 소리를 지르며 난리법석들을 핀다. 우리는 출발할 때 만났던 여수에서 왔다는 신혼부부와 우연히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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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을 하며 드디어 산정상에 올랐는데 재미있었던 점은 기차에서 내렸는데 천천히 걸으라는(Walk Slowly) 표지가 눈에 띄는 것이었다. ‘왜 이런 표지가 붙었지?‘ 하고 의아해하는데 그 이유는 금방 확인이 되었다. 걸음을 걷는데 은근히 속이 매스꺼우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게 바로 고산증이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워낙 높은 산 정상이다 보니 공기가 희박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이러다 혹 쓰러지면 어떡하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살살 걸으면서 정상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는데 워낙 눈이 엄청나게 내려 밖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전망대 밖으로 나오니 웬걸, 눈보라로 인해 제대로 서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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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사진을 몇장 찍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교환권으로 컵라면을 받아 따뜻한 국물로 점심을 때우고 얼음 궁전도 구경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 흰눈으로 뒤덮힌 정상을 밟아보며 나름대로 분위기를 만끽했다. 사전에 선그라스를 꼭 준비해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건만 그 이유는 흰눈을 보면서 그 이유를 금방 실감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눈이 부셔 제대로 앞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잠시 뒤 같이 기차를 타고 온 일행 대부분은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비록 위대한 산의 위용은 구경을 못했지만 눈보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조차 힘들 정도의 순간을 느껴보았던 점도 하나의 추억이거니 하고 위안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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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터라켄으로 돌아와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루쩨른(Lucerne)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여수에서 왔다는 신혼 팀은 루쩨른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 때문에 이번 계획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시간이 남는데 같이 차를 타고 그곳에 내려줄테니 관광을 하지 그러냐고 했더니 너무 고마워한다. 같이 차를 타고 달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루쩨른으로 간 뒤 그 도시의 가장 중심지인 기차역에 내려다주고 여행 잘하라며 인사를 한 뒤 우리 역시 인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뒤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도 거닐며 관광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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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가 저물며 날이 슬슬 어두워지길래 우리는 내일 방문 예정인 타시스(TASIS)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루가노(Lugano)를 향해 차를 몰았다. 다행히 스위스의 도로는 대도시를 제외하곤 차량의 흐름이 원활하기에 우리는 약 2시간이 미쳐 못되어 루가노에 도착을 하였다. 일단 호수를 끼고 형성되어 있는 아름다운 도시를 차로 간단히 돌고 학교로 향했다. 호텔은 학교 뒤편에 위치하고 있는 벨라비스타(Bellavista) 호텔로 미리 예약을 해 둔 상태이기에 차를 주차하고 열쇠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내일을 위해 하루를 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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